2008년 6월 12일 목요일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독서 메모)

저자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향적인 삶과 존재 중심적인 삶, 당신은
어느쪽을 선택할 것인가? 소로우는 말한다.
'내가 가진 부는 무한하다. 왜냐하면 나의 재산은
소유가 아니라 향유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인생 수업을 받으로 온 학생들이다.

물질의 최소단위는 다름아닌 사랑이오. 사랑이 없으면 모든 물질이 결합력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이오.

글을 모르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영적인 문맹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신에게 다가가고 있다.

우주가 나의 집이다.

신은 지름길로 가게 하려고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내 눈에는 모두가 신이다. 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신들과 대화를 나눈 것이다.

당신이 아무리 좋은 집을 갖고 있다 해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지 않는 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큰 사람과 비교해 작은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 바늘로 할 수 있는 일을 큰 칼로 할 수는 없으니까.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라.

당신의 얼굴은 꼭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군. 그 한마디로 나는 언제 어디서나 가식적인 얼굴을 버리고 진정한 얼굴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나는 신의 귀를 후벼 주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구석구석 최선을 다해 귀를 파준다.

남에게 구걸을 청하는 자는 이미 죽은 자다. 하지만 구걸을 청하는 자에게 주지 않는 자는 그보다 더 일찍 죽은 자다.

당신은 어디서 왔는가? 난 아무 데서도 안 왔소. 난 언제나 여기에 있었소. 그리고 난 아무 데로도 가지 않을 것이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그런 대상을 갖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난 모든 대상을 볼 때마다 가슴이 노래를 부른다. 왜냐하면 그 모든 속에서 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일은 오늘에 하라. 당신에게 내일이 먼저 올지, 아니면 다음 생이 먼저 올지 누가 아는가?

난 삶에서 신이 나에게 준 배역에만 충실할 뿐이오.

그대가 명상에 깊이 들어가 있으면 그 어떤 것도 그대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쁜 영혼을 가진 사람을 나는 찾아나섰네,
결국 나는 그런 사람을 찾지 못했네,
모두가 조금씩은 나보다 나은 사람이었네.

그대는 신을 믿는가? 아니면 신에 대한 생각을 믿는가?

본래의 자기 것은 무겁지 않다네. 자기 것이 아닌 걸 들고 다닐 때 무거운 법이지.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신의 입보다 당신의 눈이 먼저 말한다.

어린아이가 죽었을 때 엄마가 울듯이 그런 절실한 심정으로 신을 갈망한다면, 당신은 그 자리서 곧바로 신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시간 속에서 살지만
우리는 공간 속에서 산다.
당신은 항상 움직이는 가운데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휴식 속에 있다.
우리는 침묵의 자유를 믿으며
언제나 명상에 의지한다.
우리는 더 적게 원하도록 가르침을 받는다.
우리는 속세를 떠나 이곳 다음의 생을 준비한다.

선한 행위를 한 것은 남에게 말하지 말라. 한 번 말할 때마다 그 공덕이 절반씩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는 공덕이 전부 사라지고 만다. 그 대신 당신이 나쁘게 행한 것을 사람들에게 말하라. 그것이 진정으로 참회하는 길이다.

신은 큰 눈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다 본다.

오늘 무사했으면 그 행운을 맘껏 누리라. 내일은 신이 당신을 위해 또다른 멋진 계획을 세워 놓았을 테니까.

숨을 들이쉴 때, 우주를 들이쉬라. 그리고 숨을 내쉴 때, 우주를 내쉬라. 그러면 거기 숨쉬는 자는 사리질 것이다.

신이 우리에게 준 그 노래를 부르라.

세상을 다 준다 한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신을 볼 수 없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진리를 체험하는 순간, 진리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 녹아 없어져야 한다.

신으로 하여금 그대의 여행을 인도하게 하라.

내가 아닌 것을 하나씩 전부 부정해 나갔을 때 최후에 남는 것 그것이 바라 진정한 나 자신이다.

난 죽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만 하오. 지금까지 난 나 아닌 살들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아 왔소.

말뚝에 묶인 염소처럼 세상에는 과거에 묶여 사는 사람들이 많다. 묶인 밧줄을 끊으면 보라 나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 안은가.

아 유 해피? 노프러브럼. 당신은 행복한가. 당신은 편안하고 만족스러운가?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내 정신은 여행길 위에서 망고 열매처럼 익어 갔다.
내가 다녀야 할 학교는 세상의 다른 곳에 있었다. 교실은 다른 장소에 있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그것은 시간과 풍경으로 인쇄되고, 아름다움과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로 제본된 책이었다.
그것에 얼굴을 묻고 잠드는 것이 좋았다.

내 여행의 시간은 길고 또 그 길은 멀었다.
여행 중에 나는 진정한 홀로있음을 알았고 그것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배웠다.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잘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은 곧 여행이었다.
여행이 좋았다. 여행 도중에 만나는 버스 지붕과 길과 반짝이는 소금 사막이 좋았다.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아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여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중에서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중에서



힐링 포엠

힐링 포엠은 21세기에 들어와 서양의 여러 명상 센터에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시’라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장르. 시를 쓰고 읽는 행위가 닫힌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훌륭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한 심리 치료사들이 소규모 그룹들을 만들어 이른바 포에지 테라피(시 요법)를 시도한 데서 출발했다.
‘테라피(therapy, 치료 요법)’란 말은 그리스 어에서 온 것으로 본래 춤과 노래, 시와 연극을 통한 치유, 즉 표현 예술을 의미한다. 시 요법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예술 분야이지만, 원시 시대 부족 사람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부르던 노래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그때의 노래, 주문, 시가 바로 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발견한 것은 내가 아니라 시인이다.”라고 말했다.
힐링 포엠의 선두 주자는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텔레비전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다. 그는 콜맨 바크스, 로버트 블라이, 조이 하르호, 나오미 쉬하브 니예, 옥타비오 빠스 등과 ‘시가 갖는 치유의 힘’에 대해 각각의 텔레비전 토론을 벌임으로써 “시인들은 우리 모두를 대신해 삶이 안겨 주는 상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며, 우리는 치유에 접근하기 위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일깨웠다.
영국과 미국을 순례하며 시 낭송회를 갖는 로저 하우스덴 역시 시를 치유의 관점에서 읽는다. 그의 독특한 시 해설서 <마음을 여는 10편의 시> <인생을 바꾸는 10편의 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소설가 스티븐 도빈스는 힐링 포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시가 감성적, 지성적, 물리적 구조로 되어 있어 읽는 이의 마음에 가닿고, 읽는 이로 하여금 다시 경험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나는 시가 두 개의 방 사이에 놓인 창이라고 생각한다. 그 창이 없다면 사람들은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시를 만들어 내는 기능을 갖고 있다. 즉, 시가 나오는 ‘비밀의 장소’가 있으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흔히들 시를 감상적인 문학 장르로 치부하지만, 시는 감상이 아니라 이 불가사의한 삶에 대해 인간의 가슴에 던지는 질문이다. 시는 그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준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듣게 될 때 사람들은 위로 받으며 자신이 세상에 홀로가 아님을,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시는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지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도록 돕는 도구이다. 시는 다름 아닌 읽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상처받은 치유자이다. “시는 단어들이 아니라 추위를 녹이는 불, 길 잃은 자를 안내하는 밧줄, 배고픈 자를 위한 빵”이라고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는 말한다.


△ 치유와 깨달음의 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는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서기관에서부터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 이르기까지 41세기에 걸쳐 시대를 넘나드는 유명, 무명 시인들의 시가 포함되어 있다. 메리 올리버,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장 루슬로, 옥타비오 빠스, 이시카와 다쿠보쿠 등 현대를 대표하는 시인들, 잘랄루딘 루미, 까비르, 오마르 카이얌 등의 아랍과 인도의 중세 시인들, 그리고 이누이트 족 인디언들, 일본의 나막신 직공, 티베트의 현자 등의 시 77편이 실려 있다.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후 8년에 걸쳐 모은 이 시들은 치유와 깨달음이 그 주제다.
삶이란 수많은 병고와 사건이 밀려오는 것, 온갖 불필요한 충고와 소음이 들려오는 것이다. 또한 외로움과 후회, 불안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삶이다. 이 시집 속의 시들은 상처와 슬픔, 상실을 이겨 내기 위한 방법으로 포기와 망각이 아닌 초월을 권유한다. 그리고 초월에 이르는 길은 먼저 삶을 충실히 사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루미는 시 <여인숙>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기쁨, 절망, 슬픔/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라고 노래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그대를 청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짐 히크메트는 감옥에서 쓴 시에서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한결같이 사람은 삶은 생존하는 것 이상임을 일깨우고 있다. 시인들은 말한다.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하라고. 자신이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 그 하나만을 제외하고. <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적 화자는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라고 묻고 있다. 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그리고는 결코 살아 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진정한 삶은 바로 지금부터이며,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해야 한다. 류시화 시인은 시집의 해설에서 말한다.

“한 편의 좋은 시가 보태지면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 좋은 시는 삶의 방식과 의미를 바꿔 놓으며,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시는 인간 영혼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을. 그것이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우리는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받는 것이다. 얼음을 만질 때 우리 손에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불이다. 상처받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밀라. 그리고 그 얼음과 불을 동시에 만지라.”


△ 시는 인간 영혼의 목소리

시는 인간 영혼의 자연스런 목소리다. 그 영혼의 목소리는 속삭이고, 노래한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을 멈추고 듣는 것’이 곧 시다. 영혼은 본래 완전한 존재이며, 인간은 다만 육체를 가지고 이 행성에서 불완전함을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즉, 이 삶은 영혼 여행의 일부이다. 이 여행에서 사람들은 삶 그 자체이기도 하며, 동시에 삶에 상처받는 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상처로 마음을 닫는다면, 그것은 상처 준 이와의 절교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와의 단절을 초래한다. 삶과의 단절이고, 고립이다. 이 고립은 서서히 자신의 영혼을 시들게 한다. 스페인의 철학자 미구엘 드 우나무노는 ‘슬픔의 습관을 떨쳐 버리라. 그리고 그대의 영혼을 회복하라’고 말한다.
좋은 시는 치유의 힘, 재생의 역할을 하며 읽는 이의 영혼의 심층부에 가닿는다. 인간의 가슴은 돌과 같으며, 그것은 다른 돌에 의해서만 깨어질 수 있다. 비슬라바 쉼보르스카가 썼듯이 삶에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 실습 없이 죽는다/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하나 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실린 이 시들은
류시화 시인이 소개하는 또 한 번의 좋은 시들에의 특별한 초대이다.



# 류시화 詩

1.<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2.<길가는 자의 노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나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3.<나 비>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 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가 그 날개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4.<누구든 떠나 갈때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더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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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만났었다.>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 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진 우리 그리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이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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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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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들 풀>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라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재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월든 호수에서 보낸 편지 - 류시화

편지 1. 진실한 영혼 소로우에게
편지 2.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편지 3. 내 식대로 사는 삶
편지 4. 자신만의 대양을 탐험하라
편지 5. 산책의 즐거움
편지 6. 신조차도 홀로 있게 하라
편지 7. 소유 지향적인 삶과 존재 중심적인 삶
편지 8.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사건
편지 9. 홀로 있으나 외롭지 않다
편지 10. 빵은 어떻게 벌어야 하는가
편지 11. 여행과 가난의 주제
편지 12. 원칙 없는 삶, 원칙을 가진 삶
편지 13.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편지 14. 생의 파종기
편지 15. 지난해보다 나아진 올해
편지 16. 여행자, 나는 이 말을 사랑한다
편지 17. 강에서 발견한 것들
편지 18. 단풍 시럽 만드는 계절
편지 19. 나의 재산은 소유가 아니라 향유
편지 20. 고독과 무명인의 삶
편지 21. 인디언 세계로의 여행
편지 22. 땔감 전문가가 되라
편지 23. 침묵만이 들을 가치가 있다
편지 24. 인간에게는 슬퍼할 권한이 없다
편지 25. 우주를 담고도 투명한 마음
편지 26. 탐험되지 않은 땅
편지 27. 산, 폭풍우, 그리고 별들
편지 28. 마지막 편지, 마지막 여행

무엇보다, 이 편지들에서 나를 감동시킨 것은 진정성입니다. 진지하고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소로우의 모습이 더없이 인상적입니다. 소로우는 블레이크에게 삶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소로우의 삶 자체가 그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예입니다.

그의 일과를 살펴보면, 소로우는 매일 4시간이 넘게 매사추세츠 부근을 산책합니다. 수 년 동안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산책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밤에 산책을 나가서 늘 다니던 익숙한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다른 시각에서 그 산책길을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드는 것, 그는 삶을 하나의 실험으로 여겼습니다. 그 실험은 살아 있는 동안 계속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남의 발자국으로 다져진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발자국이 만든 길마저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13년 동안의 여정 속에서 열정적인 추종자에게 쓴 이 편지들은 소로우의 모든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주의자, 방랑자, 강연자, 토지 측량사, 사회비평가, 실용주의 철학자, 괴짜 예술가, 다정한 친구, 그리고 구도자. 월든 호수의 맑은 샘물로 목을 축이고 야생 사과를 맛있게 먹어 본 사람이라면, 옹이가 많아 울퉁불퉁하지만 재치 있고 강렬한 가르침으로 가득한 이 편지들을 읽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 류시화 (옮긴이)




"우리가 가진 생각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그밖의 다른 것들은 단지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불어 가는 바람이 쓰는 일기에 불과할 뿐이다."

"자신의 집에서도 여행자처럼 살라. 산책길에 주운 마른 나뭇잎이 바로 우리가 여행에서 찾고자 했던 그 무엇이 아닌가. 여행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던가. 자신이 속한 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이상적인 나라가 있다고 믿는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나는 숲에 들어갈 때와 마찬기지의 중요한 이유로 숲을 떠났다. 내 앞에는 살아야 할 또 다른 몇 개의 삶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그래서 숲에서의 생활에는 더 이상의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얼마나 쉽게 어떤 정해진 길을 밟게 되고 스스로를 위해 다져진 길을 만들게 되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숲 속에서 살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내 오두막 문간에서 호수까지 내 발자국으로 인해 길이 났다. 이 세상의 큰길은 얼마나 닳고 먼지투성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퀴 자국은 또 얼마나 깊이 패였겠는가! 나는 선실에 묵으면서 손님으로 항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인생의 돛대 앞에서, 갑판 위에 있기를 원했다. 이제 갑판 아래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히말라야의 새
류시화

히말라야 기슭
만년설이 바라보이는 해발 이천오백 미터
고지대의 한적한 마을에서
한낮의 햇살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에서
나는 보았다
늙은 붉은머리 독수리 한 마리
먹이를 찾아 천천히 공중을 선회하다가
까마귀 몇마리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원래는 자신의 영토였으나
이제는 까마귀들의 하늘이 된 곳에서
홀로 고독하게 날던 붉은머리 독수리
까마귀들의 집중 공격에 잠시 균형을 잃고
마을의 지붕들 위로 추락할 뻔했다
그러나 붉은머리 독수리는 초연하게 피할 뿐
까마귀들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만년설의 흰 눈을 배경으로
더욱 검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까마귀들은
늙은 붉은머리 독수리를 얕잡아보고
사방에서 겁없이 덤벼들었다
나는 보았다
독수리의 눈빛이 한순간 흰 눈에 반사되는 것을

그러나 늙은 독수리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한 바퀴 공중을 선회할 뿐
까마귀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한낮의 태양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
원주민들이 히말라야의 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 독수리는
천천히 만년설을 향해 날아갔다
태양도 눈을 녹이지 못하는 그곳
까마귀들은 더 이상 그를 추적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 흰 눈에 눈이 부셔서
그곳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니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은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류시화-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 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중에서

들 풀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서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무궁동(無窮動)

-류시화-


인생은 끝 없는 움직임
사랑 또는 이별하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날개짓
나는 그 자리에 정지해 있기 위해
무한히 움직인다
내게 다가와 입술만 허락하고 도망치는
희망
아니면 바다처럼 항상 거기 있으면서
끝없는 운동으로 나를 거부하는

무궁동
내 마음처럼 그렇게
끝이 없는 움직임은 없으리라
언제나 너에게로 달려가는
내 부질없는
마음
한 생각에서 끝없이 다른 생각으로 이동하는
그런 고독은 없으리라
오래 망설이다가 결국은 어리석은 길로 가고 만
해오라기처럼
아니면 슬픔 때문에 참을성이 없어진
한 마리 물고기처럼
끝없이 떨고 있는
내 마음
차라리 나는 자유를 버리리라
비늘을 가르는 아픔으로 헤엄치다가
이제는 모래 침대 위에 누운
흰 물고기뼈가 되리라
나는 이제 그만 멈추고 싶다
무궁동


행복한 물고기

나는 내 안에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물고기는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내 안의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고
때로는 날개 없이 하늘을 날기도 한다.
물이 부족하면 나는 물을 마신다.
내 안의 물고기를 위해
내가 춤을 추면 물고기도 춤을 춘다
내가 슬플 때 물고기는
돌 틈에 숨어 눈을 깜박이지도 않은 채
나를 응시한다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난다 해도
나 자신으로부터는 달아날 수 없는 것
날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안의 물고기를 행복하게 하는일
나는 내 안의 행복한
한 마리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


소금 인형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서 문 ... >

고요한 숲
곤충의 눈이
나를 바라보다
곤충의 눈 속에
내가 있다
나를 바라보는 곤충의 눈을 통해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본다
그토록 크면서 그토록 작은 나

1996년 가을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시집 서문에 쓴 시

- 류시화 엮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

땅과 태양과 동물들을 사랑하라.
부를 경멸하라.
필요한 모든 이에게 자선을 베풀라.
어리석거나 제 정신이 아닌 일이면 맞서라.
당신의 수입과 노동을 다른 사람을 위한 일에 돌려라.
신에 대해 논쟁하지 말라.
사람들에게는 참고 너그럽게 대하라.
당신이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 또는
사람 수가 많든 적든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라.
아는 것은 적어도 당신을 감동시키는사람들,
젊은이들, 가족의 어머니들과 함께 가라.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 생애의 모든 해, 모든 계절,
산과 들에 있는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라.
학교, 교회, 책에서 배운 모든 것을 의심하라.
당신의 영혼을 모욕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멀리하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나는 인도에 갔다, 머릿속에 불이 났기에"
무려 15년씩이나 인도대륙을 돌아다닌 시인이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온 '여행자'라고. 더 배우고 더 경험하고 성장하기 위해 지구별에 온 사람들이라고. 바로 그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손에 잡힐듯 가깝게 다가오는 책이다.

'여행자의 시선'이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내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 조금 더 겸허해지는 마음가짐, 보다 많은 걸 보고 느끼기 위해 눈을 크게 열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바라보게 되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늘 길 위에 서 있고자 하는 시인은, 일상에 젖어들어 쉬이 안주해버리는 삶을 경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예약은 뒤바뀌고, 약속은 간단히 무시되며, 음식을 주문하면 엉뚱한 요리가 나오기 일쑤인-흡사 장애물경기같은 인도여행. 하지만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은, 그러한 불평불만을 저멀리 휙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망고주스를 파는 노인은 '서두르다간 오히려 잃기 마련'이라고 충고하고, 어린 소녀는 낯선 이에게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눈(아크)'이란 단어를 가르쳐주려 애쓴다. 일정이 헝클어져 화를 내는 시인에게, 긴꼬리원숭이의 예를 들어가며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의 계획대로 다 조종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달래기도 한다.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하는' 게 '행복의 비밀'이라고 말해주는 여인숙 노인,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넣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식당 주인에 이르면, 인도의 모든 사람들이 '현자'나 '시인'인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는 이 지구라는 별에 불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움을 얻기 위해서 왔다'는 가르침이 마음 깊은 곳에 소중히 새겨진다.

긴 여행을 통해 시인이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깔끔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려진다. 시를 아는 강도 덕분에 날강도를 피한 사연 등,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퍽 재미있고 유쾌하다. 떠돌이별처럼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시인과 함께 인도를 여행한듯, 기분이 맑고 개운해지는 여행기이다. - 박하영(2002-12-10)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후 5년만에 출간된 류시화의 산문집. 15년간 인도 대부분을 여행하면서 얻은 삶의 교훈과 깨달음을 시인의 깊은 사색이 느껴지는 필치로 잔잔하게 담아냈다. 작가는 37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의 삶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라 말한다.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함께 배움의 여행을 떠나온 학생이자 동료 여행자라는 말.

힘든 삶 속에서도 항상 'no problem', 'are you happy?'라고 이야기하는, 가난하지만 재치있고 지혜로운 사람들. 시인은 그들과의 만남에서 잊고 있던 질문을 찾아낸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단순하지만 인생의 본질을 아우르는 이 질문은 복잡하고 바쁜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작은 힌트를 준다.

라자 고팔란씨의 주방에서 내오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탈리'는 그의 지혜로운 명언들 못지 않게 신선하고 맛이 있었다. 다만 수프에 소금이 너무 들어가 약간 짠 것이 흠이었다.
내가 그 점을 지적하자, 기다렸다는 듯 라자 고팔란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음식에 소금을 집어넣으면 간이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요.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넣으면 안 되는 법이오!"
- 본문 93쪽 중에서

류시화 - 시인,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1980~1982년까지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하였다.

1988년 '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를 체험하고,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 바바 하리 다스와 만나게 된다.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가타 명상센터,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지내며 네팔, 티벳, 스리랑카 여행집과 산문집을 냈다.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등이 있다.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여행 도중 만나는 기차와 별과 모래 사막이 좋았다.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켜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 내 정신은 여행길 위에서 망고 열매처럼 익어 갔다. 그것이 내 생의 황금빛 시절이었다.

여행은 내게 진정한 행복의 척도를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철학이나 종교적인 신념 같은 것이 아니었다. 신발을 신고 나서면 나는 언제나 그 순간에, 그리고 그 장소에 존재할 수가 있었다. 과거와 미래,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 살아 숩쉬는 것을 가슴 아프도록 받아들여야만 했다. 매 순간에 춤추라. 그것이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생의 방식이었다.

- 류시화


그의 새로운 산문집. <지구별 여행자>

여전히, 그는 인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영혼은 마치, 인도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위해 태어난 것만 같다.
나도, 어느 한 나라. 그렇게 아무 조건없이 무작정 좋아할 수 있을지...
그가 말했다.

인도란 나라는...
너무나도 더럽고, 지저분하고, 빈부의 차도 심하고,
그런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고..

그러나 인도에서 그가 만난 한 사두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 어느 나라에도 인도처럼 전체 인구의 95%이상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사는 나라는 없다고...

인도란 나라~
내겐 너무 멀게만 느껴지지만,
작은 책 한권으로 인연을 맺게된 인도는 벌써 내게
크나큰 깨달음들을 소리없이 주고 있었다.

행복하다는건, 정말 종이한장 차이란걸.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걸.

세상 모든 일들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다보면,
그게 오히려 빠른 길이었음을 알게 될거란걸~

인간의 시계는 신의 시계에 비해 너무나도 틀릴 소지가 많다는걸.

2003. 1. 12 에 책을 읽자 마자 써둔 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지금 알고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잇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 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리자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명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장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여행자를 위한 서시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 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이 겨울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마치 사탕 하나에 울음을 그치는 어린아이처럼
눈 앞의 것을 껴안고
나는 살았다
삶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
그것이 꿈인 줄 꿈에도 알지 못하고
무모하게 사랑을 하고 또 헤어졌다
그러다가 나는 집을 떠나
방랑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내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등 뒤에 서면 다시 한번 쳐다본다
책들은 죽은 것에 불과하고
내가 입은 옷은 색깔도 없는 옷이라서
비를 맞아도
더 이상 물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무엇이 참 기쁘고
무엇이 참 슬픈가
나는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생의 집착도 초월도 잊었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고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겨울의 구름들


1

겨울이 왔다
내 집 앞의 거리는 눈에 덮이고
헌 옷을 입은 자들이 지나간다
그들 중의 두세 명을 나는 알고
더 많은 다른 얼굴들은 알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소리쳐 그들을 부른다 내 목소리는
그곳까지 들리지 않는다
겨울은 저 아래 길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열중해 있는 것이다

2

겨울이 왔다
나의 삶은 하찮은 것이었다
밤에는 다만 등불 아래서 책을 읽고 온갖
부질없이 깊은 생각들에 사로잡힐 때
늘어뜨려진 가지, 때 아닌 붉은 열매들이
머리 위에서 창을 두드리고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희고 창백한 얼굴로 바깥을 내다보면
겨울의 구름들이
붉은 잎들과 함께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내 집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홀로 있었다 등불의 심지만을 들여다보며
변함 없는 어떤 흐름이 갑자기 멈춘 일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3

아니다,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책장에 얼굴을 묻고
참이 들곤 했다, 겨울이 왔다
나의 삶은 하찮은 것이었고
나는 오갈 데가 없었다
내 집 지붕 위로
겨울의 구름들이 흘러가는 곳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람은 그렇게 오래 불고 조용히 속삭이면서
더 큰 물결을 내 집 뒤로 데리고 온다


안개 속에 숨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잊었는가 우리가


잊었는가 우리가 손잡고
나무들 사이를 걸어간 그 저녁의 일을
우리 등 뒤에서 한숨지며 스러지던
그 황혼의 일을
나무에서 나무에게로 우리 사랑의 말 전하던
그 저녁새들의 일을

잊었는가 우리가 숨죽이고
앉아서 은자처럼 바라보던 그 강의 일을
그 강에 저물던 세상의 불빛들을
잊지 않았겠지 밤에 우리를 내려다보던
큰곰별자리의 일을, 그 약속들을
별에서 별에게로 은밀한 말 전하던
그 별똥별의 일을

곧 추운 날들이 시작되리라
사랑은 끝나고 사랑의 말이 유행하리라
곧 추운 날들이 와서
별들이 떨어지리라
별들이 떨어져 심장에 박히리라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당신은 마치 외로운 새 같다
긴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한겨울의 저수지에 가 보았는가
그곳에는 침묵이 있다.
억새풀 줄기에
마지막 집을 짓는 곤충의 눈에도 침묵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침묵은 다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법
누구도 요구할 수 없는 삶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도 한때 사랑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머리 속에 불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롭다
당신은 생의 저편에 서 있다.
그 그림자가 지평선을 넘어 전화선을 타고
내 집 지붕 위에 길게 드리워진다..


나 무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다

내집뒤에
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때
그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들 풀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두 사람만의 아침

나무들 위에 아직 안개와
떠나지 않은 날개들이 있었다
다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었다 오솔길 위로
염소와 구름들이 걸어왔지만
어떤 시간이 되었지만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여기 이 눈을 아프게 하는 것들
한때 한없이 투명하던 것들
기억 저편에 모여 지금
어떤 둥근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들
그리고 한때 우리가 빛의 기둥들 사이에서 두 팔로
껴안던 것들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한때 우리가 물가에서
귀 기울여 주고받던 말들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고

새와 안개가 떠나간
숲에서 나는 걷는다 걸어가면서
내 안에 일어나는 옛날의 불꽃을
본다 그 둘레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숲의 끝에 이르러
나는 뒤돌아본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넌 알겠지
바닷게가 그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춰 놓은 고독을
모래사장에 흰 장갑을 벗어 놓는
갈매기들의 무한 허무를
넌 알겠지
시간이 시계의 태엽을 녹슬게 하고
꿈이 인간의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다는 것을

내 마음은 바다와도 같이
그렇게 쉴새없이 너에게로 갔다가
다시 뒷걸음질친다
생의 두려움을 입에 문 한 마리 바닷게처럼

나는 너를 내게 달라고
물 솔의 물풀처럼 졸라댄다
내 마음은 왜
일요일 오후에
모래사장에서 생을 관찰하고 있는 물새처럼
그렇게 먼 발치서 너를 바라보지 못할까

넌 알겠지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는
무한 고독을
넌 알겠지
그냥 계속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시월의 빛 위로
곤충들이 만들어 놓은
투명한 탑 위로
이슬 얹힌 거미줄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가을 나비들의 날개짓
첫눈 속에 파묻힌
생각들
지켜지지 못한
그 많은 약속들 위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한때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 나는
삶을 불태우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이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릴 때까지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빨리
내게서 멀어졌는가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여기, 거기, 그리고 모든 곳에
멀리, 언제나 더 멀리에

말해 봐
이 모든 것을 위로
넌 아직도 내 생각을 하고 있는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 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 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그만의 것

외딴 집에 홀로 사는
남자, 침묵은 그의 것
오후의 나른함과 권태는 그의
어깨죽지에서 피어오르고, 한두 시간쯤
시간을 내어 그가 산책하는
길에는 잎사귀가 넓은
붉은 꽃들이 피어있다, 붉은 꽃들
그의 그림자는 그의
것, 반항하지 않으며 그가 좋아하는
엉겅퀴풀들, 엉켜 있는 뿌리들, 시간의
얼룩들 위를 지나
우리는 가끔 마주치기도 하는
남자, 태양은 등 뒤에서 그의
뇌를 미지근하게 부풀린다 둥글고
딱딱한 것, 열에 들뜬 열매들
좁고 가파른 돌길을 걸어내려와 우리가
한쪽으로 비켜섰을 때 우리 발앞을
지나쳐간 남자, 그의 시간은
그만의 것, 그가 꿈꾸는 것과
위험한 생각들도
그만의 것
그가 비탈을 걸어 내려갈 때 그의 발이
굴러 떨어뜨리는 흙은 비탈에게 한 세계를 준다
그는 왜 모자를
썼을까, 왜 모자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을까, 그는 살아가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 두렵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는 홀로 사는 남자, 이따금
한번도 내려가보지 않은 강 아래쪽의 풍경과
한 낮의 수증기, 구름들에 이끌리기도 하지만
오후에 한 두시간 쯤 시간을 내어 그는
어느 곳에 이른다 그의 삶은
그의 것, 그가 이르는 곳에는
그만이 서 있다, 꽃들의 그림자
그림자가 감추고 있는 그림자
산책하는 이들의 발길을 비웃는
비탈길에서 그는 미끄러진다, 미끄러져 내린다
우리가 놀고 있는 강 아래쪽으로 떠 내려온
남자, 죽음은 그의 것
햋빛을 피해 얼굴을 물 속에 처박고
뒤통수에 앉아 있는 검은 물잠자리도
그의 것, 이미 알수 없는 곳에 가 있고
알수 없는 그만의 것에
이끌려 있다


세 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 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 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불 붙은 옥수수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은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 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뮤직 박스

나 어렸을 때
뮤직박스 하나를 갖고 있었다
태엽을 감으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집착했던 것
유리상자 안의 인형이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는
내 머리맡에 늘 놓여 있던
뮤직박스
나 잠이 들면
세상 전체가 뮤직박스가 되어
별자리들의 음악에 맞춰
끝없이 돌아가곤 했다
그것이 곁에 있을 때
나는 슬픔을 잊었다
나는 나이를 먹고
뮤직박스는 어느새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이 생에서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집착했다
당신이 곁에 있을 때
나는 세상 모든 것을 잊었다
당신이 내 태엽을 감으면
나는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는
뮤직박스 속의 인형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당신은
그 뮤직박스를 버렸다
아무도 태엽을 감아 주는 이 없이
춤을 추던 그 동작 그대로
나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64세에 시작한 자연속의 생활
여행자의 생활
진정으로 사랑하는 생활
영적인 생활
신을 느끼는 생활

자연과 함께한 사진
자연속에서의 사색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
자연속에서 느끼는 행복
자연속에서 느끼는 자유
자연속에서 건강을
제도화한 종교의 해학
원시종교로의 귀의
하루 한번의 사색
사색하는 생활
무소유 존재 중심적인 삶
자연속에서 듣는 음악
가장 자연적인 것이 자연이다
물질만능이 가져오는 해악
자연에서 얻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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