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2일 목요일

유럽/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유럽/아메리카 자전거 여행기(독서 메모)

90일간의 유럽 자전거 여행


세상을 주머니에 담지 마라! 가슴에 담아라!

유럽에서 자전거 여행은 일반적인 여행 방식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일부 20~30대층을 중심으로 자전거를 타고 국내외를 여행하는 문화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배낭여행 및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인 자전거 유럽 여행서가 출판되었다. 『두 바퀴로 유럽 지도를 그리다』(이가서 刊).
이 책은 여행 월간지 기자와 여행 분야 웹사이트 기획자로 일한 저자가 90일간 자전거로 유럽 10여 개국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일 로만틱 가도, 이탈리아 토스카나, 프랑스 남부 해안 등 아름다운 유럽의 자연 환경과 편리한 자전거 여행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영국 종단, 벨기에와 네덜란드 월경(越境),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알프스 여행기 등에서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뜻하지 않은 만남과 사람들에 대해 적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인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이 책은 전문가의 시선이 아니라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30대의 눈으로 바라본 유럽과 유럽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에세이다.
80세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캠핑카를 몰고 한 달 동안 캠핑여행 중인 두 할머니, 60대의 나이로 유럽 자전거 여행을 온 미국 교수님, 큰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영국을 무전여행 중인 열아홉 살짜리 캄보디아계 프랑스 소녀, 40대 중반부터 일하지 않고 캠핑장에서 생활하는 오스트리아 연금 생활자 아저씨 등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유럽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처럼 유럽의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면서 끊임없이 우리와 비교하고 사색하며 질문하고 대답한다.

어려움은 내 다리에 있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있다
저자는 스스로 "여행 전문가도 아니고 자전거 전문가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 출발 전날에서야 자전거를 비행기에 정말로 실을 수 있는지 걱정을 했던 일, 지도에서 알프스를 발견하고 막막해 했던 일화, 페달 하나 때문에 200년만의 더위가 찾아왔다는 여름날 땡볕 길을 20킬로미터 넘게 걸어야만 했던 경험, 자전거를 안고 서 있다가 다리가 풀려 찻길 쪽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죽을 뻔했던 좌충우돌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부끄럽지 않게 풀어 놓는다.
또한 책 말미에 자전거 싣기, 자전거 용품과 캠핑 용품 구입기, 기차보다 싼 비행기 타기, 한인 민박집과 유럽 켐핑장 이용법 등을 게재해 유럽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여행자들의 편리를 도왔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사회에 살고 있는 20, 30대들에게 "다른 여행과 다른 삶에 관한 생각"을 제안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자전거를 타고 유럽을 여행하는 것은 다른 방향으로 다른 속도로 달리는 기분이었죠. 다른 여행을 통해 다르게 사는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게 저 자신과 제 삶을 돌아보게 했어요. 제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죠."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책소개

펑크는 열한 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고도 0미터에서 3463미터까지의 높이를 체험했다. 열 개 주를 건넜고, 대륙분기선을 열네 번 통과했고, 시간대가 다섯 번 바뀌었다. 페달은 한 150만 번쯤 돌렸고, 하루 5000칼로리 이상 섭취한 것 같고,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3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체중 감량보다 중요한 것은 욕심 감량이다. 나는 지금도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언젠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떠날 것이다. 일상에 빠져들수록 그 열망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2005년 5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80일 동안 혼자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이야기.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6400킬로미터의 길을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따라 달린 이야기이다. 초반에는 여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달리고 밤에는 번역을 했다. 걷는 것보다 자전거 타는 것이 더 느리기도 했고, 빗줄기를 헤치며 11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지도를 열심히 보면서 가다가도 길에서 벗어나기 일쑤였고,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고개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하고, 길을 잘못 알려준 라이더를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면서 미국의 생활과 문화, 사람들을 만난다. 이 책에는 미국 횡단 길에서 만난 수많은 라이더들과 미국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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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005

1부 ★ 자전거,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 버지니아주 요크타운에서 다마스커스까지
‘혁명’ 자전거로 미국을 가로지르다 | 첫눈이 내린 추수감사절에 꾼 꿈 | 40킬로그램, 이게 내 삶의 무게이다 | 일주일만 버텨라, 새로운 세상이 기다린다 | 굉음을 내며 공격해오는 ‘도로의 잔혹사’ | 쿠키 레이디, 혁명동지들의 어머니! | 지금도 렉싱턴엔 남부군 깃발이 휘날린다 | 빗줄기 속 11시간, 점점 라이더가 되고 있다

2부 ★ 인간의 몸은 진화한다 버지니아주 다마스커스에서 켄터키주 시브리까지
640킬로미터를 홀로 걸어온 하이커들 | 하늘과 땅과 나만의 여행 | 오지를 달려 14일 만에 켄터키주 입성 | 두 발로 카누로 자전거로 달린 철인부부 | 서서히 몸의 반항이 시작되다 104 |개 떼의 습격, 하마터면 개죽음 당할 뻔! | 무력감을 넘어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 그는 명상을 위해 페달을 밟고, 나는 맥주를 그리며 달리다

3부 ★ 현재는 미래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 켄터키주 브레킨리지 카운티에서 미주리주 골든시티까지
마을 하나 지나 시간변경선, 한 시간을 벌다 | 평화를 위해 페달을 밟는 아름다운 동행 | 캉스 잉글리시의 오자크 고원을 건너다 | 가족을 만나다, 더는 이방인이 아니다 | 짐이 줄자 몸무게도 줄어드는 이중 감량 효과 | 페달 밟는 박자가 점점 빨라지다 | 마음의 폭풍과 함께 폭풍이 지나가다

4부 ★ 나는 움직인다, 고로 존재한다 캔자스주 대평원에서 콜로라도주 오드웨이까지
페달로 반주하는 여기는 대평원 노래방 | 내게 아주 ‘특별한’ 첫 동행남 | 다시 혼자다, 외로움이 더 크다 | 통신선 찾다가 ‘골드 러시’ 마차와 마주치다 | 가시철조망에 환장하다니, 환장할 노릇이네 | 더 달리라고 몸이 앙탈을 부린다 | 하루 170킬로미터, 돛단배처럼 나아가다 | 3463미터 로키 산맥,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

5부 ★ 스스로의 힘으로, 의지로, 규율로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서 토궈티 패스까지
1000미터 오르막, 아무리 마셔도 목마르다 | 아메리카 트레일의 정점, 기분 좋은 실망 | 호모 루덴스, 나는 놀기 위해 태어났다 | 황무지가 왜 이토록 아름다울까 | 나는 적토마, 물과 먹이만 달라 | 목사님! 제발 그만, 오! 주여 | 사막에서 다시 만난 ‘친절한 캐티 씨’ |
6부 ★ 진정한 바이크 라이더가 되는 법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서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혼수 상태’에 빠진 자전거 | 불가마 품은 옐로스톤, 꿈틀꿈틀 | 듣던 대로 따뜻한 서부 | 해변 따라 코리안 트레일을 달리는 꿈 | 특별한 하룻밤의 동행 | 아이다호에 홀딱 반하다 | 인류 멸망이 우주 신문에 기삿거리나 될까 | 나는야 맥가이버 라이더 | 뒷바퀴 대서양에, 앞바퀴 태평양에 풍덩
*1976년, 미국을 횡단하다


• 책속으로


펑크는 열한 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고도 0미터에서 3463미터까지의 높이를 체험했다. 열 개 주를 건넜고, 대륙분기선을 열네 번 통과했고, 시간대가 다섯 번 바뀌었다. 페달은 한 150만 번쯤 돌렸고, 하루 5000칼로리 이상 섭취한 것 같고,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3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체중 감량보다 중요한 것은 욕심 감량이다. 나는 지금도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언젠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떠날 것이다. 일상에 빠져들수록 그 열망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나는 실존주의자들처럼,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날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는다. 오늘이 최상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점점 더 좋은 날로 가는 도중의 하루라는 뜻이다. 오늘이 남은 생애의 첫날이라는 말도 맞다. 하지만 그것은 왠지 과거를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미래에 대해 갖는 부질없는 희망처럼 들린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그것들은 더 나은 날들을 위해 바닥에 깔리고 모여지는 것이다. 나는 바퀴를 굴리면서 내 몸의 가능성이 쉬지 않고 이뤄지고 펼쳐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후지어 패스를 넘었어도 여전히 성취해야 할 험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더는 관조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교문을 열고 뛰어들어가는 운동장이 된다. 나와 세상의 관계는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면서 역동적으로 바뀐다.

현재는 미래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에 지나지 않았다. 그 무수한 디딤돌을 밟고 미래는 항상 저 멀리 달아난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현재가 내 삶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다. 직선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내게는 두 점,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밖에 없었다. 그 두 점을 잇는 선분인 현재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지 못했다.

여행은 매일 이름 모를 항구에 도착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낯선 거리를 걸으면 오랜 항해 끝에 부두에 내린 선원이 된 듯하다. 선원은 정복자가 아니라 마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찬 이방인이다. 내일이면 떠날 나그네라는 점에서, 아무리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는 점에서, 호기심만으로 세상을 본다는 점에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다.

그 말 속에 답이 있었다. 그냥 좋기 때문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로키 산맥을 넘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후지어 패스에 오르는 순간 절정의 감격 같은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강렬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부터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됐다.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와 속도에 압도돼 좌절하기 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한 바퀴마다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비춰볼 때 미국 횡단은 엄청난 성취가 아니다. 자전거타기는 긴 거리를 달려서가 아니라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삶의 한 방법이다.--- 본문 중에서


• 출판사 리뷰


미국 대륙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한 최초의 한국인
이 책은 저자가 2005년 5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80일 동안 혼자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이야기이다.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6400킬로미터의 길을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따라 달린 이야기이다. 저자가 택한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은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를 멀리 돌아가는 길로, 1976년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길을 생각해 개척했고, 그해 라이더들 2000명이 함께 횡단했다. 총 길이 6400킬로미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두 번을 왕복해야 하는 거리이다. 여행 중간 ‘어드벤처 사이클 어소시에이션’에서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만든 그레그를 만나기도 한다. 저자는 약 2000여 명의 라이더들과 함께 ‘국립 자전거 여행 초상 컬렉션’에 사진이 올라간다. 왜냐하면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타고 미국을 횡단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여행의 의미를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자 했다.

“자전거는 다리의 연장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다. 안장 위에서 보는 세상은 차 안에서 보는 네모 속 세상과 다르다. 미국을 횡단하는 동반자로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 그리고 내 자신을 보고자 했다.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와 속도에 압도돼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한 바퀴마다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자전거타기는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삶의 한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일주일만 버텨보는 것”이라는 동료 라이더들의 충고를 새기면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함께 갈 혁명동지를 구하기 위해 ‘어드벤처 사이클링 어소시에이션’에 광고를 내기도 했으나 결국 혼자 떠나게 된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된다. 하루 평균 80킬로미터를 달렸으며, 초반에는 여비를 벌기 위해 낮에는 달리고 밤에는 번역을 했다. 걷는 것보다 자전거 타는 것이 더 느리기도 했고, 빗줄기를 헤치며 11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지도를 열심히 보면서 가다가도 길에서 벗어나기 일쑤였고,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고개에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하고, 길을 잘못 알려준 라이더를 원망하기도 한다.

엄청난 무게의 짐으로 여행을 시작한 그는, 두 번 정도 크게 짐들을 줄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여행이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낼 뿐 아니라 필요한 것들의 숫자를 줄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짐이 주니까 짐의 무게와 몸무게도 같이 줄었고, 배도 홀쭉해졌다. <그날이 오면>의 가사가 헷갈려 여행 내내 돌림노래로 부르기도 하고, 비록 짧은 시간 동안 함께 달렸지만 아주 특별한 동행남 데이비드도 만났다. 동네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태워주기도 하고, 하루 170킬로미터를 달려 하루에 가장 멀리 간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아칸소강에서 수직으로 316미터 위에 놓인 다리,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계곡 현수교를 건너고, 로키 산맥의 후지어 패스(3463미터)를 넘고, 펑크 난 자전거를 고치는 맥가이버 라이더가 되기도 한다. 험난한 여정 끝에 오리건주 플로렌스에 도착, 자전거 앞바퀴를 바닷물에 담근다. 2005년 8월 13일 오후 5시 51분. 그는 결국 6400킬로미터를 주행한 라이더가 된다.

저자는 전혀 연습을 하지 않고 에너지를 비축해놓는 방법으로 자전거 여행을 준비했다. 주행 연습 중에 힘줄을 뚫고 왼쪽 쇄골이 뛰어나오기도 하고,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이 끝난 뒤 뭘 할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어지럽기도 했다. 왜 자전거로 횡단하냐는 질문에 저자는 그냥 좋기 때문에,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된 그는,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께는 어떻게 여행 준비를 해야 하는지 찬찬히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저자는 자전거와 라이더, 자전거 수리 기술자가 삼위일체로 이뤄진 진정한 바이크 라이더가 되는 과정에 있다. 자전거 혁명을 꿈꾸는 사회를 꿈꾸는 그. 그의 또 다른 꿈은 한반도의 해변을 한 바퀴 도는 ‘판 코리아 트레일’을 만드는 거다. 혼자 꿈꾸면 몽상이지만, 같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이 책에는 미국 횡단 길에서 만난 수많은 라이더들과 미국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라이더들이 길을 잘 갈 수 있게 숙소를 빌려주고 도와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욕하는 자동차 운전수들, 먹을 것을 건네주는 사람들, 길 한쪽으로 비켜서주는 사람들, 동양인이라는 것만으로 경계를 하는 사람들, 자전거로 횡단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 미국의 가장 번화한 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산간 구석구석을 그는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달렸다. 또한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몰튼 자전거를 고쳐 빌려준 버넌 포브스와 연습 파트너로 왕고참 라이더 스튜어트 루리 교수와의 주행 연습 이야기, 혁명동지들의 어머니인 쿠키 레이디, 젊은 사람들은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산행을 떠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세상을 잊기 위해 걷는다며 640킬로미터를 걸어온 하이커들, 두 발로 카누로 자전거로 3종 횡단을 하고 있는 데니스와 게리 스튜어트 부부, 미국이 독립할 당시 곰들과 싸우던 켄터키 개들, 자전거 여행을 ‘우주로의 유영’에 비유한 묘령의 여자 라이더 앨리슨, 체스터 시립공원에서 만난 크레이그 브록하우스, ‘평화를 위한 페달밟기’라는 취지로 미국을 횡단중인 팀과 수 슈락 목사, 웬들 밀러, 코로나도 퀴비라 박물관, 가시철조망 박물관, 아름다운 부녀의 동반 라이더, 산간 소도시에서 만난 일식집 주방작 선배, 23년 전 딸의 행로를 따라 세상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기 위해 일부러 천천히 달리고 있다는 브루스 쉬케르트. 지원차량이 되어준 젊은 노부부 라이더 칩과 캐티, 5000킬로미터를 걸어 미국을 종단하는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을 종주하는 하이커들, 지구 반 바퀴를 돈 스페인 형제 고르고와 카를로스, 마약을 권했던 ‘특별한 하룻밤의 동행’ 돈과 론 등등 그들과 함께 끝없이 달렸다. 그리고 그는 일상 속으로 되돌아왔다. 이 책은 2005년 5월 20일부터 2006년 4월 14일까지 <한겨레>에 연재한 글을 수정 보강했으며, 1976년에 미국을 횡단한 당시 바이크들의 추억의 사진도 특별히 실었다.


• 회원리뷰


이 책을 읽기 전에 <노플랜 유럽 여행기>를 읽은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아 그 책은 낄낄거리며 밤을 새워 봤는데...

실수와 소박한 감상.. 그리고 한계를 극복하고 맞는 감동을 기대하며 여행기를 펼쳐드는 편인데...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사실 기대만큼 재미나지 않다.

아마도 필자도 읽었음직한 미국 에팔레치아 산맥을 종주하는 <나를 부르는 숲>의 위트 넘치는 글을 기대했다가 다소 실망을 했다. 고등학생이 쓴 <태훈이의 좌충우돌 자전거 여행>은 글이 미숙하긴 하지만. 여행지에서 만나 사람들과 그로인해 성장하는 태훈이를 지켜보는 맛이라도 있었는데...

일단 이 여행기는 철처히 혼자 다니는 단독 여행이었다는 점. 가끔 등장하는 동행이나 여행지에서 만나 사람들에 대한 단상보다 필자 혼자 느끼고 바라보는 시각이 중심이라는 점 때문에 좀 덜 재미있지 않나 싶다.

여행기를 무슨 재미로 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렇게 마음에 안든다면 책장을 덮으라고할 수 있겠지만... 여행기는 일단 기본적으로 다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이 책 역시 한번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적 없는 미국의 국토를 한번쯤 달리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충동질 하는 힘이 있다.

또한 사진은 예술이다. 필자의 고단한 몸과 여정을 떠올리면 어느 결에 이런 경치를 이렇게 잡아내고 있나 싶을 정도이다.

책 편집에 대해서 한마디 더.
좌우 여백이 적다. 낯설기도 하고... 빡빡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마도 담을 내용이 많아서 생긴 일이 아닌가 싶다.

읽기 퍽퍽한 여행기를 그래도 던져버리지 않고 잡고 있다. 아마도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있다보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석이 숨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두 아이 엄마입니다.


[인상깊은 구절]

여행이 좋은 것은 그 숱한 과정을 통해서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낼 뿐 아니라 필요한 것들의 숫자를 줄인다는 점이다. 여행을 하면 질박한 삶을 배운다. 그런데 그 여과작업은 잃어버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의식적으로 버리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출처 : 책 본문



노플랜 유럽 여행기


책소개
작가이자 딴지 관광청 여행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박사의 유쾌한 ‘무대뽀’ 유럽 여행기. 초보 배낭여행자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실수'가 담겨 있어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정박사만의 유쾌한 입담은 물론 차분한 자아성찰까지,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여행자로서의 열린 자세가 얼마나 그 여행을 풍요롭게 해 주는지 그 자신의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증명한다. 또 '나는 무엇 무엇이 싫어' 라고 미리 규정하지 말라고, 우선 경험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변경해도 된다고 조언한다. 출발하기 전 미리 짜 두었던 여행 루트나 일정 때문에 지금 있고 싶고, 더 머무르고 싶은 것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노플랜’ ‘사차원’ 여행이 되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지, 건강은 받쳐 줄지, 준비할 시간은 모자라지 않는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건 아닌지, 영어가 짧은데 가능할지, 다녀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로막는 각종 소심증을 과감하게 떨치고 용감하게 떠나 보라고 유혹한다. 어쩌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를 여행이 될 거라면서.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저 여행의 로망을 가진 사람들도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지은이 소개
정숙영 - 1975년 12월생.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고, 그것을 시작으로 2004년부터 딴지 관광청에서 여행 전문 기자로 일하며, 여행 기사, 맛집 기사등을 쓰고 있다.

책 표지 글
이 여행기는 다음과 같은 증상에 잘 듣습니다.

1.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중 루트, 숙소, 언어, 항공권, 패스 등 각종 복잡한 준비 사항의 압박으로 발생하는 두통

2. '헬로'와 '땡큐'만 아는 영어 젬병이라 언어 장벽이 무서운 영어 공포증

3. 평소 덜렁거리기, 칠칠치 못하기로 국가 대표급인지라, 배낭여행 간다고 했더니 엄마가 "기왕 죽으려면 객사하지 말고 집에서 곱게 죽어라." 하며 말리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가고 싶어서 애태우다 생기는 화병

4.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지, 건강은 받쳐 줄지, 준비할 시간은 모자라지 않는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건 아닌지, 다녀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로막는 각종 소심증

5. 몇 년 전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을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사진은 물론 여행 갔을 때 신었던 양말 한 짝만 봐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향수병

6. 요령 부족, 판단 미스, 타이밍 착오 등으로 생긴 수많은 태클에 쓰러지고 상처 입으며, 인생이 흑인 머리카락처럼 마냥 꼬여 앞날이 막막하고 캄캄하여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러나 아직은 너무 젊은 당신이 느끼고 있는 바로 그 염증

★ 주의사항 이 책을 읽고 난 뒤 인생이 바뀌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차례/내용

차례
- 머리말
- 프롤로그 : 난데없이 바람나다

1부. 유럽에서 삽질하다
Le primere pas(한국말로는 첫발자국입니다)
출발
빠리, 첫발자국을 떼다
여행을 배우다
길 위에 서다
루브르 박물관과 We are the world
몽마르뜨 치한 상봉기
안녕! 다시 돌아올게요, 빠리

La Strada(한국말로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길 위에서 만나다(외로워도 슬퍼도│만나다. 그리고…│누구세요?)│
La Primavera (돌아버리다│동전을 던지다│La Primavera)│
다시 같은 길로 (어디 찾아요?│로마의 휴일│다시 만나다│진실의 콧구멍│
불타는 로마 그리고 템테이션│루비콘 강을 건너다)│
Grotta Azurra - 형언할 수 없는 푸른빛(나폴리는 피자다│Grotta Azzura│Long And Winding Road│배낭여행 다이어트)│
요를레이히
길 위에서 헤어지다

그녀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드디어 뮌쉔
눈물과 한숨의 사운드 오브 뮤직
술과 장미의 나날
동화 속으로

혼자서도 잘해요
나침반
비교 체험 극과 극
<키스>
‘프라하가 어찌하여 배낭의 로망인가’에 대한 독단과 편견에 가득 찬 고찰
피난 열차를 타다

이렇게 살다 죽을래
최악의 날
길 위의, 길가의, 길에서 떨어진
아우슈비츠에서
크라쿠프로
바벨 성의 전설
자코파네 시뮬레이션

여행자, 태어나다
The Long And Winding Road II
가기 싫어
가을, 일상으로의 귀환


2부. 유럽 날로 먹기
벼락치기 배낭여행
또 한 번의 바람
다시 출발

베끼고 싶은 유럽, 때리고 싶은 유럽
또 다시 유럽 땅을 밟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뻑큐! 버버리 팩토리 숍
El Dorado
대륙으로!
오줌싸개 사기단에게 배운다
천국에서 보낸 한나절│
The Dark City #1
The Dark City #2

야매 가이드, 유럽을 날로 먹다
플랜더스의 뚱땡이
그런 풍경은 기억에 없다
알코올 가이드 정박사의 호프브로이 안내
비엔나 효도 관광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로마의 낮과 밤 다이제스트

한량형 배낭여행
오르비에또에서 뒹굴다
달과 캠핑카
다시 한 번 요를레이히
한밤의 기적 소리처럼
29세 무직, 쥬네브 유람기

끝도 시작도 아님에
미키녹스의 즐거운 한국어 교실
베르사유의 장미
끝도 시작도 아닌, 그저 두 번째 여행
See You Again!
부록 : 니들 유럽 갈 때



자전거 타기가 진보요 혁명이다
[발문] '자전거 혁명' 그 첫 발걸음을 내딛으며
홍은택(ehpk3) 기자


<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레저용'에 머물고 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자전거는 자동차를 대체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자전거를 타고 미국 횡단을 한 홍은택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국장이 그 주춧돌을 놓습니다. <편집자 주>



▲ 2006년 대한민국 서울. 자전거와 자동차의 위태로운 공존.

ⓒ 오마이뉴스 김시연

미국에서 한 80일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것만으로 내가 자전거에 관해 뭐 좀 아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자전거 특집 기획을 한 <오마이뉴스> 김시연·김대홍 기자가 찾아와 기획의 발문을 써달라고 해서 망설였다. 초보 라이더 주제에 설교까지?

원래 나는 좋아하는 게 있으면 보물함 같은 데 꼬불쳐 두고 혼자만 몰래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자전거는 안 그런 것 같다. 혼자서는 즐기기 어려운 보물이다. 여러 사람들이 같이 타야 더 즐길 수 있고 더 좋아할 수 있다.

자전거인들은 소수인종이나 투명인간이나 되는 듯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합류하면 위축되지 않고 더 떳떳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들과 정성스럽게 준비한 이번 기획안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인이 돼야 할 이유와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 나도 발문이나마 힘을 보태볼까.

나는 자전거 타기를 혁명에 비유하곤 한다. 혁명의 영어 표현인 '레볼루션(revolution)'에서 착안한 것이다. revolution은 돈다는 뜻이다. 세상을 확 돌게 하자. 바퀴를 돌려서 돌아버리게 하자.

심장을 펌프질 해서 피를 뿜어내면 일단 피가 온몸을 돌고 그때 발생한 에너지로 페달을 밟아 바퀴를 돌리면 내 몸이 앞으로 나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페달을 눌러 밟을 때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고 확 바뀐다. 그게 진보고 혁명이다.

자전거인들이 길거리에 넘치는 나라는 사람들이 발사하는 것 외에는 배기가스가 적은 나라다. 숨쉬기 편한 나라다. 의도하지 않은 살인(그걸 경찰에서는 교통사고에 의한 과실치사라고 부른다)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나라다. 신경질적인 기계음인 경적이 안 들리는 나라다.



▲ 2006년 독일 하노버. 시민들이 전용도로를 이용해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잘 발달한 하체가 상체를 튼실하게 받쳐주는 국민들로 넘쳐나는 나라다. 그런 하체로 축구를 해서 월드컵 4강에 들어갈 수 있는 나라다.(나는 이번 월드컵 4강에 유럽국가들만 남은 이유가 거기서는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구 3억명의 미국이 고전하는 이유는 자동차만 많이 타서 그런 게 아닐까.)

병원 의사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환자의 숫자에 울상을 지어야 하는 나라다. 사람들이 서로 자동차와 같은 사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는 나라다. 줄어드는 스트레스에 술집들이 하나 둘 자전거포로 바뀌는 나라다.

좌뇌와 우뇌가 골고루 발달해 날카로운 지성 못지않게 따뜻한 감성도 풍부한 나라다.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아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대안을 발견한 나라다. 또는 왕성한 성생활로 신생아들이 넘쳐나는 나라다.(전립선염이나 고환암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하는 가장 가시적인 방법은 내가 생각하기에 '퀵서비스'를 '슬로 서비스'로 바꿔서 오토바이로 문서를 배달하시는 분들을 다 바이크 라이더로 전환하는 것이다.

석유도 절약할 수 있고 이분들은 일하면 할수록 체력이 고갈되는 게 아니라 근력이 커진다. 외국에서는 '메신저 보이(messenger boy)'라고 불리는 이분들은 미끈하면서도 근육질적인 다리로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사실 슬로 서비스로 바꿔도 배달 시간 차는 거의 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오토바이들이 거리에서 사라지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오게 될 것이다. 만약 하루아침에 슬로 서비스로 전환하기 어렵다면 다음 방법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게 하는 것이다. 보다 크게 보면 자전거를 운동의 수단에서 운송의 수단으로 정립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토는 좁아서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24시간 안에 가지 못할 데가 없다.

이번에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들과 함께 입증해 보이려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기획안을 쭉 훑어봤더니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자전거가 자동차와 대중교통수단에 도전장을 내는 한편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대접받고 있는 해외 도시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했다.

아울러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도 직접 바이크 라이더의 관점에서 처음으로 측정한다. 출퇴근용으로 적합한 자전거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도, 좋은 자전거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아 묶어내면 한 권의 자전거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단순히 글뿐 아니라 동영상과 소리로도 현장을 포착, 입체적인 기획이 되고 있다.



▲ 홍은택 기자

ⓒ 한겨레출판사 제공, 정용일 기자
여기에다 출퇴근뿐만 아니라 장거리 여행의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유용성을 입증해 보이기라도 하듯, 자전거와 한 몸이 돼 세계를 헤쳐가고 있는 젊은이들이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소식을 보내올 예정이라고 하니 판이 점점 더 커진다.

한국 같이 좁고 자원이 적은 나라에서의 살길은 같은 일을 해도 부가가치가 많은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오래 일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부닥쳤다. 창조적인 사고력이 필요한 시대에 자전거 출근은 사람들의 머리를 맑게 해서 창의적이고 미래가 두렵지 않은 인간으로 탈바꿈시키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전거 타기는 항만과 고속도로의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자전거가 나르는 것은 물류가 아니라 인류다. 이제 시내에서 거대한 인류가 흐르는 날을 어서 보고 싶다.

같이 만들어보지 않을래요?



존경하는 혁명동지께



얼마전 이런 글을 올렸는데 워낙 회원들이 활발히 활동해 화면이 자주 바뀌는바람에 많은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시 글을 띄우는 점을 양해해 주시고, 오늘 비를 맞으며 자출하면서 지난해 이맘때 애팔래치언 산맥에서 비에 흠뻑 젖은 기억이 나더군요. 비올 때는 제동거리가 늘어나고 자동차의 시계가 좁아지기 때문에 안전에 두배쯤 유의해야 하지만 자유롭다는 느낌은 두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입한지는 꽤 됐지만 수줍어하는 편이어서 인사가 늦었습니다. 서울 도심 주행을 위해 80일간의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홍동지, 정식으로 인사 드립니다.



혹시 혁명동지라는 호칭에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제가 말하는 혁명이 자전거와 자동차 그리고 보행자들이 나란히 통행할 수 있는 평등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단순한 교통혁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만.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서울에서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했습니다. 동지 여러분께서 닦아놓은 길로 매일 아침 여행하면서 여러분들의 선도적 투쟁이 없었으면 과연 제가 매일 이 길을 무사히 다닐 수 있을까,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뒤 한국에서도 자전거를 자동차의 도로 동반자로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자전거는 19세기의 유물이 아니라 환경친화적이고 인본주의적인 21세기의 첨단 교통 수단입니다.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하는 교통수단이 때로는 사람을 해치거나 죽이는 흉기로 돌변한다는 모순, 더구나 전혀 살의도 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자전거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가 운동의 수단만 아니라 주요한 교통 수단으로 확립될 때 도시인의 삶뿐 아니라 도시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믿고 저 역시 그런 노력에 동참할 것을 다짐합니다.



가입인사를 겸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경험하시다시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말하면 주위 직장 동료들이나 친지들로부터 경외의 대상이 되거나 보통은 무모한 ‘또라이’로 취급 받기 일쑤입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딱 달라붙는 팬츠나 울긋불긋한 셔츠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희한하다’는 눈길을 받을 만도 합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존경받을 만한 위인도 아니고 또 모험을 일삼는 또라이도 아닙니다. 어쨌든 주위사람들의 이 같은 반응에서 사람들이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하기 어려운 심리적 장벽이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우리 동지들이 단지 몸을 쓰는 것을 좋아할 뿐이지, 얼마나 정상적인 사람인가를, 그리고 자출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으면서 생활에 윤기와 원기를 더해주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신문에 자전거 출퇴근에 얽힌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연재기에서 여러분들의 모습을 소개함으로써 자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한번 만나뵙고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미국 전지훈련에서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처음 횡단한 한국인으로 간주된다는 점 때문에 이 트레일을 창시한 그레그 시플의 국립 자전거 초상 컬렉션에 들어가는 과분한 영예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미국 횡단보다 사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은 한적한 시골길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회적인 경험입니다. 서울에서 짜증섞인 자동차들의 틈바구니에서 매일 자전거를 달리는 것은 기술과 안전 그리고 의지의 측면에서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오래 해오신 고참 혁명 동지께 경의를 바치면서 앞으로 자출사 초상 컬렉션을 만드는 게 어떨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훗날 자전거 혁명에 성공할 때 혁명전사의 모습은 명예의 전당에 길이 보관되리라 믿습니다만 우선 제가 신문에 쓰는 서울 자전거 여행 연재기에 소개함으로써 그 단초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저는 6월24일 오후 2시부터 광화문 발바리 공원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특별히 자격에 대한 제한은 없지만 1년 이상 자출 해오신 분들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뒤 같이 떼 잔차질에 참여해 종착지인 여의도에서 가능하면 시원한 음료수 한 잔 같이 하면 좋겠지요.

혹시 이 때 시간이 안 되는 분들을 뵙기 위해 6월25일 오전 10시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두 시간 동안 기다리겠습니다.



오시면 일단 사진촬영을 할 예정입니다. 복장에 신경 좀 써 주시고, 그리고 자출의 연륜과 자출에 얽힌 사연과 생각들을 여쭤보려고 합니다. 가능하신 분들은 덧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래도 시간이 안 되거나 그런 일들을 남사스러워 하시는 분들은 이메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이메일 아이디는 hongdongzi 이고요. 뒤는 골뱅이하시고 naver.com입니다.



그럼 우리가 한 바퀴 한 바퀴 돌릴 때마다 세상이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공유하며,



홍동지 올림



추신: 장대비가 와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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